장애를 가진 딸을 위한 엄마의 수상한 과잉보호
영화의 시작 장면은 병원이다. 출산을 위해 한 여성이 수술대 위에서 수술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수술 후, 아이는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갖고 산소호흡기를 단 채로 인큐베이터 안에서 숨을 쉬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의사에게 묻는다 "살 수 있겠죠 선생님..?"
의사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수많은 병명과 증상을 알리는 화면이 나온다.
그리고 17년 후, '클로이'라는 이름 소녀가 아침에 일어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리를 끌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스스로 몸을 옮긴다. 매일 휠체어에 앉은 채로 수많은 알약을 먹고, 구토하는 것은 클로이의 일상이다.
천식, 하체마비, 당뇨 등을 앓고 있는 클로이. 한 가지 병만으로 감당하기 힘든데도 저 많은 병들을 앓고 살아가야 하는 클로이는 집 바깥에서의 생활이 어렵기에 엄마 '다이앤'의 도움을 받으며 집 안에서 홈스쿨링을 한다.
때문에 친구도 없고, 밖에 나가는 일이란 엄마의 도움과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다.
곧 성인이 되는 클로이는 이제 대학에 입학하여 집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주체적으로 살기를 기대하고 있다. 클로이는 가고 싶은 대학에 원서를 보내보지만, 그에 대한 답장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 주에 몇 번씩 우편물을 전달해주기 위해 우체국에서 차량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기대에 차 통지서를 확인하기 위해 나가 보지만, 항상 이미 엄마 다이앤이 먼저 받아보고 난 뒤이다.
"클로이, 내가 대학에서 뭔가가 오면 가장 먼저 알려주겠다고 했잖니"
항상 같은 레퍼토리. 클로이는 실망한다.
어느 날, 클로이는 엄마가 봐 온 장바구니에서 군것질을 몰래 가져오기 위해 장바구니를 뒤지다가 정체불명의 약을 발견한다. 클로이는 자신의 약인 줄 알고 약의 라벨을 확인하는데 처방을 받은 사람의 이름에는 클로이 자신이 아닌 '다이앤'. 엄마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약을 먹어야 하는 시간, 그 약병에 담겨있던 초록색 알약이 손에 쥐어진다. 엄마에게 엄마의 약이 아니었냐고 묻지만, 엄마는 요즘 처방은 보호자의 이름으로도 나온다며 당황한 듯 설명한다.
클로이는 의심의 씨앗을 품기 시작하고, 이 약을 먹지 않기 시작한다. 이 약이 어떤 약인지 약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보려 새벽에 거실에 내려가 구글에 검색해보지만, 어째서인지 인터넷의 연결이 끊어져있다. 이 약이 무엇인지 알 방법을 찾기 위해 클로이는 갖은 방법을 사용하는데,
결국 병 속에 든 약이 자신에게 필요한 약과는 다른 것임을 알게 되고 클로이는 점점 더 큰 의심을 품어가게 된다.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엄마 '다이앤' 역의 배우의 등장과 동시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의 경우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 느낌만 받았지만 나의 아내가 같이 보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래치드'의 주연으로 나왔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자 기억이 났다.
다이앤 역의 주인공은 사라 폴슨이다.
래치드는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다면 한 번쯤 보았을 법한 드라마이다. 넷플릭스 역대 흥행 순위에서도 아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래치드가 넷플릭스에 릴리스했을 당시 넷플릭스에서도 꽤 많은 광고를 했었다.
나처럼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분들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주변에서 누군가가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것 좀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와 아내는 '래치드'를 한번 보라고 할 정도로 인상 깊게 보았다. 그 안에서 사라 폴슨의 연기가 드라마에 몰입을 더해 재미있게 본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사라 폴슨의 아무 일도 없는 듯한 표정연기가 이런 장르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클로이 역을 맡은 키에라 앨런이라는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본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 안에서 장애를 가진 소녀의 모습을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하며 보았다. 글을 작성하기 위해 알아본 사실이 충격적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클로이 역을 맡은 키에라 앨런이라는 배우는 실제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배우였다는 사실이다.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이 영화에서 잘 나타났던 이유는 그 때문인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키에라 앨런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한다. 그녀의 포부는 자신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영화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메이저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뜻이 할리우드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외진 동네, 외딴집이라는 작은 무대 안 최고의 스릴러
이 영화의 무대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바로 주인공의 '집'이다.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가 주인공이기에 공간의 제약이 집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이런 스릴러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놀라울 뿐이다.
마니아들에게 좋은 평을 받는 스릴러 영화들도 많지만 올해 본 스릴러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재밌게 본 것 같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내용을 더 몰입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주연들의 연기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간혹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의 설정상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이 영화에서도 느끼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정말이지 그런 것들을 연기력이 다 커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라 폴슨이 등장하는 스릴러물이 넷플릭스에 등장한다면 꼭 빼놓지 않고 볼 것 같다.